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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오늘/일상다반사: 따뜻한 오늘

[아들 키우기] 우리집 게임 규칙과 자기조절력 키우기

by 하루꾼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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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헤밍웨이베이커리카페&다이닝 양지점

몸 사리느라 요즘 집안일을 살금살금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집 정리나 요리 포스팅보다는 [따뜻한 하루]에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들고 블로그에 출근한다.

 

초등학생인 큰아들은 요즘 마인크래프트에 빠져 산다. 주말 아침 눈 뜨자마자 내가 듣는 첫마디는 늘 고정이다.

 

 "엄마, 저...마인크래프트 해도 돼요?"

 

나는 그런 아들에게 게임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집 게임 규칙은 다음과 같다.

 

평일에는 학교 숙제, 문제집을 다 풀고, 학원까지 다녀오고 나면 기본 두 시간씩 마인크래프트를 허락해 준다. 친구와 너무 재밌게 하는 경우는 상황을 봐서 30분 이내로 시간을 추가해 줄 때도 있다. 단, 저녁에 가족들 다같이 닌텐도로 마리오 파티할 때는 게임 시간에서 예외다. 그건 가족 간 친목도모 타임으로 보기 때문.

 

주말에는 조건 없이 점심 이후 2시부터 두 시간만 허용해준다. 너무 아침부터 게임으로 시작하면 하루 종일 게임 생각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책을 읽거나 동생과 놀거나 하도록 한다. 

 

아들연구소 유튜브에서는 아들들에게 무조건 시간 됐다고 딱 맞춰서 게임을 끄라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반발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들이 게임을 자발적으로 조절하도록 하려면 게임 상황이 마무리되는 것을 기준으로 중단시키라고 권한다.

 

당장에 엄마 말 잘 듣는 것보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쌓여야 엄마 잔소리 없이도  나중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기 조절력이 생긴다. 나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끄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게임 시간은 점점 늘었다. 1학년 때는 30분, 2학년 때는 1시간~1시간 반 정도 하던 걸 3학년이 되니 기본 두 시간으로 늘었다. 혼자 게임할 때는 1시간도 충분했는데,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켜놓고 친구와 전화하면서 하다 보니 게임 시간이 1시간으로는 부족해졌다. 그래도 혼자하는 1시간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2시간이 나는 더 나은 것 같다.

 

혼자 게임할 때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만 바삐 움직였다. 그러다 친구와 함께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이야기 나누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협동해서 공동의 미션도 달성해 보고, 서로 가진 유료 맵도 공유하고, 자기가 열심히 제작한 아이템을 서로 보여주고 나눠 주는 경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에게 너무한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나는 그걸 보면서 아이가 간접적으로나마 친구와 노는 방법을 경험하고 배우길 바랐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아이들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놀이터에서 친구와 함께 왁자지껄 어울려 놀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 시기 닌텐도 판매량이 폭증했다. 게임에 부정적이던 나조차도 집에 틀어박혀 심심한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닌텐도 게임을 사줄 정도였다. 남자아이들은 그렇게 너도나도 게임에 빠졌다. 이 시기 아이에게 게임이란, 답답한 일상에 숨통을 틔여주는 인공호흡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요하게 떠오른 능력이 바로 '자기 조절력'이다. 아이는 게임을 시작하고부터, 계속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도 배워야만 했다. 

 

처음에 아이는 게임에 너무 빠져서 게임을 끌 때마다 온갖 짜증을 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고민하고 알아보다가 미리 예고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ㅇㅇ아, 이제 게임 시간 10분 남았어. 중요한 거 있으면 마무리 시작해, 이제 5분 남았어, 1분 전이야, 이제 끄자."

 

사전예고제는 아이에게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줘서 좋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아이가 빨리 변하길 기다리면 안 된다. 육아란 좋은 방법을 오랫동안 쓰면서 지켜보고 변화를 기다리는 일 같다.

 

내 아들도 금방 달라지지는 않았다. 3학년이 되기까지 부단한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좋아하는 일이 중단되는 스트레스를 태연히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근육을 키워냈다. 3학년인 지금은 약속한 시간이 되면 간단히 게임을 끈다.

 

아이는 게임뿐만아니라 다른 무수히 많은 케이스에 대해서도 자기 조절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나는 오늘 알았다. 아직까지 잘 훈련된 케이스가 '게임 조절'일 뿐이라는 것을.

 

아까 오전에, 주말인데도 집에서 게임만 하게 될 아이가 안쓰러워서 뿌리치기 힘든 제안을 하나 했었다. 

 

"이따가 우리 가족 다 같이 맛있는 베이커리 카페 갈 건데 거기 갈 때 네 친구도 함께 가는 거 어때?

거기 잔디도 있고 해서 카페만 있는 건 아니고, 나가서 산책도 할 수 있는 곳인데.

오늘 너무 게임만 하기 좀 그러니까...친구한테 한 번 이야기해볼래?"

 

아이는 곧바로 친구에게 이야기했고, 그 친구도 매우 좋아했으며, 다행히 친구 부모님도 허락해 주셔서 가족 단위로 같이 카페에 가기로 했다.

 

한국헤밍웨이 베이커리 카페&다이닝 양지점은 아이 여럿을 데리고도 다녀오기 괜찮은 곳이다. 용인에 있어서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주차장도 넓고, 지루할만하면 잔디 정원에 나가서 산책도 할 수 있고, 대형 카페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기에 부담 없는 곳이다.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해당 출판사 책도 한 권 증정하길래 조금 무리해서 다녀왔다.

 

형아 뺨치게 개구쟁이인 둘째 녀석. 다섯살 짜리가 바위 위에서 스릴을 즐기는 중. 돌 위에서 점프하지 말랬더니 온 몸으로 기어서 내려오신다.

 

카페에서 두 시간 넘도록 아이 친구 부모님과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들 형제들 네 명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얼굴 맞대고 게임도 하고, 잔디 정원에서 소소하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하고. 껄끄러운 일이 터진 건 그 이후다.

 

아이 친구 아버님이 우리 집 아이를 예쁘게 보셨는지, 집에 갈 때 첫째 아이에게 집에 갈 때는 아저씨 차 타고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내가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유인즉슨, 우리 집 둘째는 형아 바라기다. 형아가 친구네 차에 오르면 무조건 자기도 그 차에 타야 한다. 친한 아이들 넷이 한 차에 탄다고 생각만 해도 뒷좌석이 얼마나 시끄러울지 뻔했다. 행여 둘째가 그 댁 차 속에서 징징대기라도하면 이 무슨 민폐인지. 집까지는 차로 40분 정도 걸렸고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비도 조금씩 왔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아이에게 그런 이유를 설명하면 쉽게 수긍할 줄 알았다. 제법 의젓해졌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짜증을 내며, 발을 쿵쿵 굴렀다. 내가 아무리 설명하고 안 된다고 해도 엄청나게 졸라댔다. 나도 쩔쩔 매긴 했지만 친구 어머님도 옆에서 쩔쩔맸다. 아이 옆에 서서 우리 애 아빠가 괜한 제안을 해서 실수한 것 같다고 미안해하셨다. 

 

그러다 친구 부모님은 먼저 출발하셨고, 나는 차 안에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ㅇㅇ아. 잘 생각해봐. 엄마가 안 된다고 한 문제 말이야.

그냥 너의 좋고 싫고하는 기분에 따를 수 있는 일일까?"

 

"아니요"

 

"좋고 싫고의 문제라면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돼.

그런데 이건 안전에 관한 문제야.

네가 아무리 좋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일이라면 참고 따라야 하는 거야"

 

"저도 알아요. 그런데 친구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

그러고 싶어서 동생한테 책 고르는 것도 양보한 거예요.

그랬는데도 같이 못 갔어요.

너무 참기 힘들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그래 엄마도 알아. 네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친구네 차 타고 같이 집에 가는 게 얼마나 재밌겠어.

하지만, 그러다보면 뒷자리가 시끄러워지지 않겠니?

떠드는 소리 들으며 고속도로에서 밤운전하실 친구 아버님은 괜찮으실까?

거기 네 동생까지 더해져서 울음보라도 터지면?

좋고 싫은 문제와 안전에 관한 중요한 건 구분할 필요가 있어."

 

"네"

 

"이렇게 짜증내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봐.

네 취향 따라 결정할 문제인지,

취향 상관없이 꼭 지켜야 하는 일인지 말이야.

꼭 지켜야 하는 일이라면,

네가 짜증 내서 결과를 바꿀 수 있겠니?"

 

"아니요"

 

"맞아. 바꿀 수 없는 거야. 이건 안전에 관한 거니까.

그런데 네가 그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수긍할 줄 모르고 끝까지 짜증만 내면

다른 사람들도 오늘 보냈던 좋았던 시간보다

네가 짜증 내는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걱정하게 돼.

아까 친구 어머님도 네가 너무 속상해하니까 걱정하시더라"

 

"엄마라면 이렇게 해볼 것 같아.

어차피 안 되는 일이라면, 일단 마무리를 짓는 거지.

이번에 같이 못 가서 아쉽지만 오늘 같이 놀아서 정말 재밌었어요.

우리 다음에는 꼭 같이 차 타고 다른 데 놀러 가요. 이렇게 말해 보는 거야"

 

"아... 그럼, 저 다음엔 그렇게 해 볼게요. 들어보니 그게 더 나아 보여요.

아마 이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또 생기겠죠.

그때 저도 연습할 수 있을 거예요."

 

"맞아. 네가 오늘 많이 속상한 건 알아.

하지만 그 마음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해.

다음엔 우리 지금처럼 비슷한 상황일 때 꼭 기억하고 말해보자.

엄마도 기억하고 있을게"

 

아이가 말하는 그 연습이란 게, 바로 다음번에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몇 번, 몇십 번, 몇 백번에 걸쳐도 잘 안 될 수도 있다. 아직 아이니까. 그래도 아이 스스로 연습해 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언젠가는 조절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두 아들 엄마, 오늘도 욱하지 않고 힘냈다! 앞으로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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