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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오늘/일상다반사: 따뜻한 오늘

강릉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족애를 느끼다(토 냄새를 극복하게 해준 섬유향수, 너 때문에 살았어>_<)

by 하루꾼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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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장거리 운전한 날 뿌잉! >ㅇ<

지인이 강릉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결혼하다니 정말 좋은 날을 잡았구나. 나는 5월의 신부보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이 결혼식을 올리기에 더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식은 1시다. 집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을 때 예식장에 12시 반 정도에는 도착하는 걸로 나왔다. 네비가 분명 그랬다. 나는 그걸 믿었고. 그런데 용인, 이천, 여주까지 꽉 막히는 걸 보면서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내 바로 뒤에 붙어서 따라오던 차가 선팅이 좀 옅은 편이라 운전자의 표정이 다 보였는데, 입술을 실룩거리며 찌그러진 표정으로 내내 울상을 짓고 있었다. 누가봐도 짜증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고속도로에서 여주까지 꽉 막혀 올 때까지만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아니, 자기가 가고싶은 데 가려고 길 나선 거면서 길 좀 막힌다고 저렇게까지 내내 짜증내면서 가야하나...? 목적지만 생각하면 기분 좋게 갈 수 있을텐데... 지금 벚꽃도 얼마나 예쁜데... 저러고 가면서 기분 다 망치지. 고속도로 길 막히는거야 당연한건데. 난 운전하면서 화내고 짜증내는 사람들 정말 이해 안 되더라" 

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네비가 말한 12시반이라는 약속은 어디까지나 길이 '안' 막힐 때의 예상시간이라는 것을. 그래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행여 결혼식 끝날 때 쯤 도착하더라도 마지막에 사진이라도 찍을 수는 있으니까 그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결혼식에는 나 혼자 운전해서 갈 참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당연히 집에서 쉬라고 하고 혼자 가는게 서로 편하니까.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나도 괜히 겁이 나기 시작했고, 남편도 괜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당신 정말 장거리 운전 혼자 할 수 있겠어? 나 없이?"

"아, 막상 떨리긴 하는데... 그래도 가보지 뭐. 천천히 가면 되지 뭐. 설마 죽기야 하겠어?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어"

"아무래도 안 되겠어. 불안해서 내가 따라가야겠어. 내일 나랑 같이가자"

"애들은 어쩌고?"

"큰애는 혼자 잘 있으니까 친구랑 게임하라고 하고, 우리 둘째만 데려가자"

"아...정말 괜찮겠어?"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었다.

"여보, 나 왠지 어제 잠도 푹 잤고, 혼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으니까 혼자 다녀올게. 당신이랑 애까지 너무 고생할 것 같아"

"아니야. 일단 가기로 맘 먹었으니까 그냥 같이 가"

"아...그럼 그럴까?" (내가 미쳤지, 이때 안된다고 고집을 부렸어야 했는데)

남편은 기어코 내가 운전하는 걸 봐줘야 안심이 되는 듯 했고, 나도 남편 없이 혼자 장거리 운전을 하기엔 담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이 교통지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노멀한 교통지옥이 아닌 멀미까지 추가된 대환장 파티에.

아침에 급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나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가 갑자기 토를 하기 시작했다. 

멀미를 한 적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차 안에는 물티슈와 마른 휴지만 있을 뿐이었다. 아이가 힘들어하니 황급히 가까운 휴게소에 갔다. 여주휴게소에 가서 멀미약이 있는지 물었지만 얼마전에 약국이 없어졌다는 이야길 들었다. 편의점에 상비약이 있다는 소릴 듣긴 했는데, 알고보니 상쾌환(숙취해소제)뿐이었다. 

*여주 휴게소에는 약국이 없습니다 여러분!!!!!!!!!!!!!!!!!!!!!!!!!!!!!!!

멀미와 피로를 달래줄 커피, 초콜릿, 생수만 사들고 터덜터덜 걸어왔는데 이것들을 담아온 비닐봉지가 이렇게 귀한 물건이 될 줄은 차에 다시 타고서야 알았다. 시동을 걸고 휴게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뒷자리에서 아아아앗!!!!! 황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볼은 복어처럼 부풀었고, 남편이 이를 보고 비닐봉지를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욱!!! 하고 토를 해버렸다. 그나마 중간에라도 비닐봉지로 토를 받아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휴게소에 들른 것은 비닐봉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나머지 토는 그나마 차에 미리 준비해둔 물티슈와 마른 티슈로 수습했다. 백밀러로 남편이 고생하는게 다 보였다. 옷에 온통 토 범벅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이때서야 평정심을 잃고야 말았다. 아까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며 내 뒤로 따라붙던 차주보다 나는 더 심각하게 불만과, 짜증과, 불안이 뒤섞인 상태였다고 장담한다. (물론 아이나 남편을 향한 것은 아니다) 나약하고 어리석은 나를 탓했다.

차 안은 토 냄새로 가득해졌다. 다행히 남편 가방 안에는 내가 오래전 챙겨준 남성용 섬유탈취제가 들어있었다. 그는 고맙게도 그걸 무심하게 어딘가에 올려두지 않고 가방에 잘 챙기고 다녔고, 오늘 그 탈취제가 차 안에서 아주 빛을 발했다. 차 안에 가득하던 '토'향의 공기가 신기하게도 차량용 방향제를 막 사서 단 것처럼 바뀌었다. 

*남성용 섬유탈취제 정말 강추예요 여러분!!!!!토냄새까지 잡다니요!!!(그렇지만 옷은 빨아야 합니다)

내가 조금만 더 고집부리고 나 혼자 갈 수 있다고 막았어도 저렇게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나약해빠진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났다. 강릉까지 그냥 설설 가면되지 뭐가 무섭다고. 이 난리에 이 고생일까. 

마음이 다급해지니 나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막히는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추월차선으로 내내 달리며 계속 시속 120km 정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악셀을 그렇게 밟아대니 기름도 빠르게 소모됐다. 쭉쭉 줄어들다가 기름 경고등이 곧 들어올 것만 같았다.

2km 앞에 횡성 휴게소가 있어서 들렀더니 이번엔 LPG 주유소만 있었다. 애는 아프고, 기름도 없고, 휴게소는 또 들러야하고, 결혼식장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까지 도착하는 것도 물건너간 듯 했다.

*횡성 휴게소에는 LPG주유소만 있습니다 여러분!!!!!

다음 휴게소는 평창 휴게소였다. 그저 기름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아이가 너무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결혼식에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나는 거의 2시간 가까이 평균 시속 110~120키로이긴 했지만 안정적으로 도로를 타고 있었다. 급정지 해야하는 구간에서 뒤차 배려도 하면서 비상등도 잘 켜고, 길도 잘 찾았다. 남편은 내가 안 따라와도 될 뻔 했다며 드디어 나를 인정했다. 그래도 남편 덕분에 급커브 길에서는 속도 줄여가며 안전하게 온 것 같다 (Thanks to 남편)

결혼식에 늦어서 축의금만 겨우 전달하고, 남편이랑 애기는 옷에 토 묻어서 차 밖으로 맘 편히 나오지도 못하고, 점심도 못먹고, 애는 아프고....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엉망진창이었지만 가족애가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 앞으로 남편은 내가 장거리 운전할 때 더이상 걱정하지 않고 혼자 잘 보내주기로 하였다. 뿌잉 +ㅇ+

나도 앞으로 운전할 때 좀 더 담력을 키워보기로!!!!


차 안에서 아기 토 냄새 잡는 데 썼던 섬유향수예요. 향기도 효과도 좋아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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