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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리얼 살림/요리: 집밥 잘 먹기

[국물용 멸치 손질 및 보관방법]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멸치 손질

by 하루꾼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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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물이 떠오르는 추운 날씨가 점점 다가오네요. 오늘은 멸치 육수에 없어서는 안 될 국물용 멸치를 손질하고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좋은 멸치를 고르는 방법, 손질 방법, 보관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어요!

 

얼마 전, 손질해서 냉동 보관 중이던 멸치가 똑 떨어져서 지난 일요일에 날 잡고 멸치 똥을 따서 내장을 제거했어요. 이번에 구입한 멸치는 남해안 국물용 멸치 1.5kg예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작업하기에는 힘드니, 보관용기에 들어갈 만큼만 손질하고, 남은 멸치들은 지퍼백에 넣어 따로 보관하다가 날 잡고 꺼내서 손질하는 식으로 활용해요.

 

이렇게 하면 멸치 육수를 낼 때마다 일일이 멸치 똥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고, 바로 넣을 수 있어서 간편해요.

 

 

 

 

1. 멸치에 깃든 엄마와의 추억

어릴 때 친정 엄마가 "멸치 똥 따볼래?"하고 물어보면 신기한 마음에 냉큼 식탁 앞에 앉아서 엄마와 함께 멸치 똥을 제거하곤 했는데요. 어릴 때 처음 본 마른 멸치는 정말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하얀 눈알과 까만 똥, 그 안에 든 가느다란 뼈, 짭쪼롬한 살. 그리고 기괴할 정도로 커다란 입까지. 멸치마다 제각각 자세도 다르고, 표정도 달라 보였지요. 그래서 멸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엄마는 멸치의 모든 부분을 자세히 구경시켜주곤 하셨어요. 

 

이제 친정 엄마는 연로해 지셨고, 엄마만큼 나이든 제가 아이들과 함께 그런 날을 보내게 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출처 : 하루꾼의 리얼 살림 채널 @harukkoon

 

2. 멸치 똥, 효능 VS 맛

 

 

 

멸치는 바다에 살면서 플랑크톤만 먹고 사는 아주 작은 물고기예요. 따라서, 멸치 똥을 먹는다는 건 플랑크톤을 먹는거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비교적 먹이 사슬 상단에 위치한 참다랑어와 같은 대형 어종은 지방에 축적된 중금속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답니다. 반면, 소형 어종인 멸치는 그와 반대로 중금속 위험도가 낮은 편이므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칼슘도 풍부한 영양만점 어종이랍니다.

 

멸치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칼슘은 멸치 살이나 뼈에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랍니다. 칼슘 함유량이 가장 높은 멸치 부위는 멸치 똥(내장)과 멸치 머리 부분인데요. 멸치 똥에는 칼슘·칼륨·오메가-3(EPA·DHA 등)이 함유되어있어 건강을 생각한다면 섭취하는 것이 좋아요.

 

 

주부들이 깔끔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흔히 멸치 똥을 제거하곤 하지요. 멸치 똥을 제거하지 않고 끓이면 멸치 육수에서 쌉쌀하고 쓴 맛이 느껴지거든요. 멸치 머리에도 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깔끔한 맛을 위해 멸치 머리까지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칼슘 함유량을 생각해 봤을 때 머리 정도는 먹어 주는 것이 멸치가 가진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맛과 효능 중 아직은 맛을 포기하기 어려워서. 똥은 버리고, 멸치 머리는 먹는 전략으로 멸치 육수를 우리고 있어요. 

 

혹시, 멸치 똥 따는 일이 번거로워서 일일이 손질하지 못했더라도, 오히려 잘 된 일이랍니다! 건강에는 그게 더 좋은거니까요 :)

 

 

 

2. 보관 요령

 

 

멸치는 냉동 보관을 해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멸치는 냉동실에 쟁여두고 오래 먹는 식재료 중 하나지요. 그래서 한 번 사면 한 박스씩 대량으로 구매할 때가 많은데요. 이런 멸치를 얇은 위생백에 담아 보관하는 건 오래 보관하기에 무리가 따른답니다.

 

왜냐하면, 단단한 멸치 지느러미나 꼬리가 비닐을 찌르면, 위생백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 그러면 멸치에 냉동실 냄새가 배거나, 잘 밀봉되지 않은 경우 문을 열고 닫으며 생기는 습기 등에 밀폐되지 않은 멸치가 영향을 받아서 비린내가 날 수 있어요.

 

따라서, 두께감이 있는 지퍼백을 이용하거나 단단한 보관용기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3. 좋은 국물용 멸치 고르기

    : 추석 전, 6월~9월 사이 배가 노란 노른 멸치를 노려라!

 

 

좋은 멸치는 다음 세 가지를 살펴보면 잘 고를 수 있어요. 

 

① 멸치의 건조상태

 

예전에 한 마트에서 지퍼백에 담긴 멸치를 한 봉 샀는데요. 멸치가 평소보다 좀 더 꾸덕하더라고요. 보통 멸치는 만지면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있는데, 꾸덕꾸덕한 촉감에 조금 당황했어요.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서 먹긴 했지만 비린내가 나는 편이라 나중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후라이팬에 한 번 볶아서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건조가 덜 된 멸치는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똥을 제거하고 해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펼쳐서 하루이틀 정도 말리면 도움이 된답니다.

 

 

② 멸치의 빛깔은? 은빛VS금빛

 

일반적으로 좋은 품질의 멸치는 은빛 바탕에 빛을 비추면 푸른빛을 띠어요.

 

그런데 만약 멸치에 누런빛이 난다면? 상태에 따라서는 최고 또는 최악의 멸치를 구매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해요. 

 

백종원님의 '맛남의 광장'을 통해 잘 알려진 훈연 금빛 멸치가 아닌데도 멸치에 누런빛이 난다면 아래 항목을 기준으로 잘 살펴보세요. 

 

ⓐ6월~9월경, 추석 전에 잡은 것인가? 

ⓑ윤기가 나면서 배 부분만 노란 색인가?

 

위 두 가지 항목에 부합하는 멸치라면, 추석 전에 먹이를 많이 먹고, 배 부분에 기름이 잘잘 흐르는 살이 통통하고 좋은 멸치일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멸치 배 부분에 노란색이 보이는 것이지요. 그 시기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고, 아주 제대로 맛난 멸치이니 일부러 6월과 9월 사이 추석 전에 멸치를 대량 구매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반면, ⓐ+ⓑ 둘 다 아니라면 오래되어 쪄들은 아주 맛없고 비린 멸치가 되겠어요... ;ㅁ;

 

현재는 11월이라, 제가 산 멸치는 은빛에 푸른빛을 띠고 있긴 하지만, 비쩍 말랐어요. 11월경에 잡히는 멸치는 살이 얇아서 감칠맛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긴 해요. 다음에는 저도 내년 추석 전에 다시 대량으로 구입해 볼 생각이랍니다! 

 

③멸치의 눈알

멸치 눈알은 희고 깨끗한 것이 좋은 멸치랍니다!

 

 

4. 새로 더해가는 엄마와의 추억

 

 

어릴 때, 엄마가 식탁 앞에 앉아서 멸치 똥을 따고 있으면, 저는 그게 신기해서 그 옆을 기웃거렸답니다. 그러면 엄마는 "너도 똥 따 볼래?"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기다렸다는 듯 식탁 앞에 앉아서 멸치 똥을 땄어요. 멸치 눈알, 시커먼 똥, 그리고 여리여리한 뼈들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바짝 마른 멸치라서인지, 눈알이 굴러다니고, 멸치 몸을 반을 쪼개고, 똥을 파내는데도 하나도 무섭게 생각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 하고나면, 엄마는 꼭 그런 말을 하곤 하셨지요.

 

"우리 딸이 살림꾼이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덕분에 고마워 엄마가 한시름 덜었다!"

 

 

이제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말이 되어버렸지만. 저에게는 그 말이 참 기쁘고, 크게 다가왔어요. 나도 엄마를 위해 뿌듯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도 커가지요.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멸치 육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달까요?

 

어쩌면 이런 사소한거 모르고 살아도 될 일이에요.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는날이 올 수도 있잖아요. 내가 정성어린 음식 한 끼가 너무 먹고 싶다면 제 손으로 만들어먹을 줄도 알아야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종종 집안일에 아이를 자연스럽게 참여시키려고 한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아요. 그냥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한 번 해봐'하고 옆구리 쿡 찔러 보는 것이지요. 싫다고하면 어쩔 수 없고, 만약 한다고 하면 '너도 할 수 있어'하며 부추기지요. 그럼 아이는 자연스레 배울거라 생각합니다. 그정도만 되어도 충분해요.

 

 

 

아이들과 함께 살림을 하다보면, 웃을 수 없는 일에도 웃게 된답니다. 어른의 삶 속에서, 멸치 대가리에 초집중해 볼 일이 있을까요. 멸치 입이 얼마나 기괴하게 벌어질 수 있는지 아이들 덕분에 깨닫게 된답니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그 놀라운 시각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저도 이 세상이 주는 놀라움을 모르고 지나칠거예요. 

 

 

제가 어릴때와는 다르게, 멸치 똥을 따면서 잔인하다고 생각했던 첫째. 하지만,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참아본 것 같아요. 고맙다는 칭찬을 마구마구 해줍니다.

 

 

귀여운 둘째는, 눈 앞에 먹을만한 게 보이면 역시 조용히 계속 집어 먹어요. 결혼하고 살면서, 난 언제쯤이면 우리 부모님에게 받은 것들을 똑같이 갚아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우리 아이들도 언젠간 우리 부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만약 그런 생각이 들고, 무거운 마음이 든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이미 다 받았어

네가 나를 바라보며 귀여운 미소로 화답하고,

힘들 때 힘내라고 뽀뽀해주고,

맛있게 오물오물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엄마는 그걸로 다 받은 것 같아. 

엄마 아이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너희를 키우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거야.

엄마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건 바로 너희들이야.

 

 

 

다같이 일했으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를 만들어서 회식을 했어요. 저 떡볶이 속에는 갓 손질한 멸치로 우려낸 멸치 육수가 들어갔지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잘 먹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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