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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오늘/일상다반사: 따뜻한 오늘

[10년차 부부] 남편과 데이트할 시간이 많아졌다

by 하루꾼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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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0년이 되어 가는 동안, 남편과 데이트하는 데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방문 또는 현관문만 열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심지어 싸웠을 때조차. 문만 열면 남편이, 내가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결혼이란, 친구가 집에 갈 때가 됐는데 안 가는 느낌이라고. 지긋지긋한 순간에도 붙어 있어야만 하는 게 부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리가 서로 느긋하게 앉아 마주보며 함께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훌쩍 떠나가면 정말 후회하겠구나. 남길 추억이 별로 없겠구나. 같이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각자 다른 생각, 다른 일들을 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10년차 부부가 이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건 우리 의지로 생긴 일은 아니다. 사람은 원래 살던 대로 사는 법이니까.

 

신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너희들은 좀 아파 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고 우리를 번갈아가며 아프게 했다. 신이 아니고서야, 건강하던 그를 이렇게 갑자기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시간 많을 땐 다 어쩌고. 야속하게도 이제서야 남편과 지내온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당연히 내 옆에 지겨우리만치 함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그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남편이 가끔 내게 말해주던 카페, 올덴브라운.

 

종종 자기 퇴근하고 저녁에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주말에도, 저녁에도 10년 동안 이 카페 문턱도 못 밟고 지냈다. 뭐가 그리 바빠서. 뭐가 그리 피곤해서. 앞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조금 더 기억에 남길 바란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남편에게 나들이를 가자고 했더니. 이 사람... 또 차 타고 나가는 먼 데를 알아본다. 물론 먼 데도 좋지만 나는 그냥 남편과 여유있게 걷기만 해도 만족한다.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동네나 걷자.

당신 지금 몸 사려야지. 무리하진 말자"

 

 

 

 

 

그렇게 마주한 탄천에서 집에 오는 길에 우리는 사이 좋은 오리 한 쌍을 봤다.

 

같이 쭈그려 앉아 오리를 한참 쳐다보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 두런 두런 나누는데 그동안 아이들 신경 안 쓰고 우리끼리 이렇게 시시덕거리며 호사를 누려본 게 얼마만인지. 멀리 나가지 않아도 단 둘이 나가서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별 거 아닌 거에 깔깔, 껄껄 웃고. 손 잡고 천천히 길 따라 걷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 아이들과 잠깐 떨어질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남편은 건강 회복을 위해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우리에게 생긴 1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변화는 때론 사람을 불안하게도 만든다. 나는 이 불안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 댈수도, 용감하게 기회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물론, 난 용감하게 기회를 찾아 나서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남편과의 시간들을 최대한 많이 기록해두려고 한다. 추억 부자가 되도록.

 

 

 

 

 

 

https://youtu.be/TrCJNiptk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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