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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오늘/일상다반사: 따뜻한 오늘

일찍 철든 아이에게, 엄마가 쓰는 편지

by 하루꾼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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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철든 아이를 보는 엄마 마음은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

아이가 철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면 저럴까 싶어서 때론 미안하다. 철 들어야 할 고민은 엄마 아빠가 하고 아이는 신나게 놀게 했어야 하는데.

아이의 철든 모습을 볼 때 마다 아차 싶다. 내가 또 아이 앞에서 못 미더운 모습을 보였나보다. 내가 진 짐을 나도모르게 아이 앞에서 풀어놨나보다.

저녁에 샤워하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방에 들어왔다. 첫 출근이 내일이라 긴장을 풀어보려고 도서관에서 소설책 하나를 대출했다.

비하인드 도어/ B.A. 패리스 장편소설




궁금했던 책이라 긴장을 풀고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에 이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깜짝 편지였다.


6.30 목요일. 첫 출근 전날 1호가 준 깜짝 편지



내가 일찍이 결혼한만큼 우리 첫째가 빨리 철든거 같아서 고마우면서도 늘 미안하다.







너는 엄마 아빠 결혼하자마자 찾아왔지. 그래서 우리가 결혼하자마자 자리 잡기까지 했던 고생을 같이 하게 했어.

엄마아빠 젊어서 자리잡느라 고생하는거 옆에서 다 보고 크게 해서 미안하다. 구름나라에서 좀 더 놀다 왔어도 되는데.

지금은 동생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주는 3천원짜리 약국 장난감. 그때 너한텐 못 사줬던게 항상 미안하다. 이제는 내가 먼저 사주고 싶어도 못 그래. 니가 시시해하니까.

엄마는 약국 장난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응석받이로 살아볼 기회를 못 준게 미안해서.

직장 알아본다고 너무 바빠서 미안하다.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너인데. 엄마랑 자기 전에 이야기하다가 자는 것, 눈 맞추고 웃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하는데. 눈 맞출 시간도 없이 지냈어.

넌 요즘 친구 엄마에게 엄마가 까끌까끌한 편이라고 했지. 엄마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게 해서 미안하다. 넌 이렇게 고운 심성을 가졌는데. 엄마가 그렇게 만들었어.

요즘 모든 게 많이 아쉽지. 평일에 비록 이렇게 떨어져있게 되었지만 주말에 더 놀자. 이제부터 엄마는 평일에 좀 바쁘겠지만 열심히 살고, 주말에 미친듯이 너랑 놀거야. 주말만큼은 너랑 노는 데 진심이 되어볼게.

정말 사랑해. 너무 빨리 철 들게 해서 미안해.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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