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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꾼의 오늘/일상다반사: 따뜻한 오늘

[가을 낙엽 놀이] 다섯 살 터울 형제의 가을 추억 만들기

by 하루꾼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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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 밖을 나서기 전, 옷도 따뜻하게 입고 채비를 단단히 했다. 어린이집을 마치면 아이와 함께 가을 맞이 탄천 산책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가면 새도, 물고기도 볼 수 있어서 아이가 며칠전부터 잔뜩 기대했다. 요즘 낙엽이 너무 예뻐서, 나도 내심 아이와 함께 가을 낙엽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손을 잡고 걸어오는데 아이가 별로 들뜬 기색이 없다. 탄천에 가려면 어린이집에서 오던 길로 쭉 직진해야 하는데, 아이는 웬일로 그 반대편으로 건너려고 한다.

 

"여기로 건너면 탄천 가는 방향이 아니야. 이리로 쭉 직진해야 해"

"엄마, 우리 그냥 집에 가자. 나 힘들어..."

 

역시나. 어린이집 끝나고 바로 가는 건 좀 무리였나보다. 나는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푹 쉬고 이따 저녁에 꼭 나오자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은밀하게 웃었다. 앗싸,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쉴 수 있겠다. 히히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상주차장 구석에 수북이 쌓인 낙엽 더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이를 그냥 지나칠리 없었고, 풀썩 뛰어도 보고, 낙엽도 흩뿌리며 제대로 가을 갬성에 취했다.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분명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관리인 아저씨가 낙엽을 열심히 비질하고 계셨는데. 애써 모아놓은 낙엽을 우리가 다 흩날려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거 아저씨가 힘들게 모아 두신 거라서...

우리가 다시 모아놓아야 할 것 같아"

 

 

 

 

아이는 온몸으로 낙엽을 모았다.

 

그때, 저 멀리서 들리는 형아의 목소리. 

"낙엽 놀이 하고 있어~?"

 

집에 일찍 들어갈 거라고 기대했지만 왠지 점점 놀이의 스케일이 커질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출처: 하루꾼의 리얼 살림 유튜브

 

엄청난 양의 낙엽이 쌓인 이곳에서 두 형제는 무슨 놀이를 했을까.

정답은?!

유튜브를 클릭해보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그런 어그로를 끌 용기가 없기에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형아는 역시 형아라고. 이 근방 어디에 낙엽이 가장 많은지 모르는 게 없다. 동생은 그런 형아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고 우리는 결국 낙엽이 진짜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안그래도 며칠 전부터 형아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낙엽 놀이를 하면서 왔던 모양이다. 어쩐지 요즘 학교 끝나고 집에 늦게 오더라니.

 

큰 애는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대나무 가지를 챙겨왔다. 자기는 큰 거, 동생은 작은 거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신나게 비질을 했다. 그 넓은 길에 떨어진 낙엽을 자기 혼자 다 비질을 했다며 뿌듯해하는 큰 아이. 그리고 그런 형아를 열심히 따라하는 다섯짤 동생.

 

다섯살 터울은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횽아의 챙겨주고 싶은 마음과 동생의 닮고 싶은 마음이 만나서 둘은 그 누구보다 가깝다. 가을 끝자락을 아이들과 함께 낙엽 놀이로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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